전정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은가? 전정의 적기는 수종, 수목의 생장 단계, 전정을 실시하는 목적, 생육환경, 식재된 수목에서 기대하는 편익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범주별 전정 시기에 대해서는 연구가 충분하지 못하여 의견을 통일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범주별 전정 적기를 제시하고자 한다.
일생 중 전정 적기 수목을 구조적인 면에서 튼튼하고 활력적인 면에서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전정을 시작해야 한다. 즉 어떤 수종이든 전정을 시작하기에 너무 이른 경우는 없다. 어린 수목을 키우는 농장에서는 해당 수목이 어디에 식재되어 어떤 편익을 제공해야하는가를 확인한 다음 이러한 기대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도록 구조를 유도해주어야 한다. 특히 느티나무류처럼 구형으로 자라는 습성을 가진 수목은 발아직후부터 중앙 주지를 육성하는 정지(整枝, training)를 해주지 않으면 원하는 지하고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격자시렁(espalier), 토피어리(topiary), 가지 엮기(pleaching) 등과 같이 수목의 형태를 인위적으로 아름답게 변형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가지와 줄기가 너무 굵어지기 전에 원하는 형태를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어릴 때 구조가 튼튼하게 유도된 수목은 우리에게 편익을 제공하면서 일생을 건강하게 살아가겠지만,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친 수목은 결함을 가진 채 생장하여 인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해한 수목이 될 수 있다.
연중 전정 적기 해당 수목의 생장에 도움을 주거나 1~2년생 가지를 가볍게 제거하는 전정 작업은 적기가 따로 없다. 즉 죽었거나 죽어가는 가지, 병든 가지, 부러진 가지 등을 제거하거나, 구조 개선을 위해 가는 가지를 10% 미만 제거하는 가벼운 전정 등은 연중 언제든지 실시해도 좋다. 그러나 일정 굵기 이상으로 생장이 활발한 살아 있는 가지를 제거할 때에는 수목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과 상처의 유합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 외국의 연구 사례를 종합해보면, 살아있는 가지는 생육 초기의 생장 분출이 끝나고 잎이 짙은 녹색으로 바뀐 이후인 늦봄이나 여름이 전정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인 것으로 나타났다(Gilman, 2013). 중부 유럽에서의 연구결과도 여름철 전정이 휴면기 전정보다 부후가 적게 나타났는데, 이는 여름철에 수목의 방어능력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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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새로운 잎과 줄기의 발생이 활발한 5월 중순에 단풍나무의 활력 개선이 주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 형성층의 전기저항치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로 저항치가 낮을수록 활력이 좋음) | 우리나라의 경우, 필자가 단풍나무와 스트로브잣나무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에 의하면, 상처의 유합속도는 초봄(3월 초)과 늦봄(5월 중순) 전정이 가장 빨랐고, 휴면초기(11월 말)가 가장 부진하였으며, 한여름(7월 중순)과 늦여름(9월초) 전정은 중간 정도로 나타났다. 전정 상처 내부의 변색정도(단풍나무)는 한여름과 늦여름 전정이 가장 낮고, 늦봄, 초봄, 휴면초기의 순으로 나타나 유럽에서의 연구와 같이 여름철에 수목의 방어력이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전정으로 인해 노출된 형성층이 고사하여 후퇴하는 정도는 휴면초기, 초봄, 한여름, 늦봄/늦여름의 순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3월에서 5월까지 전정하면 상처가 가장 빨리 유합되고, 여름철에 전정하면 상처 유합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부후 진행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휴면기 초기에 전정하면 상처로 인해 노출된 형성층이 고사하면서 상처부위가 확대되어 유합속도도 느리고 부후도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해야 한다. 그리고 느티나무나 단풍나무처럼 연중 자유생장 하는 수종을 늦여름/초가을에 전정하면 신초생장을 자극하거나 휴면을 지연시킬 수 있고, 이때 발생한 신초는 수분함량이 높아 첫서리나 겨울철 추위에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수목의 생체에너지가 최저가 되는 5월 말부터 6월 초에 과도하게 줄기나 가지를 제거하는 강전정을 실시하면 수목이 고사할 수 있으므로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그림 1,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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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 수목의 생체에너지가 가장 낮은 5월 말에 강전정되어 고사한 이태리포플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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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2] 꽃눈 분화가 끝난 늦가을에 깎기 전정을 하여 이듬해 봄 탐스런 꽃을 볼 수 없게 된 조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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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생장이 시작되는 초봄에 단풍나무류나 자작나무류를 전정하면 상처부위에서 수액이 흘러나와 수피가 얼룩져서 보기에 좋지 않고 수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이 시기에 전정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사진 2). 그러나 이러한 수액 유출이 수목의 생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 수종에 대한 봄철 전정은 문제가 없으며, 도리어 흘러나오는 수액은 절단부위에 대한 곰팡이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수액유출을 피하고 싶다면 잎이 완전히 전개된 이후 초여름이나 한여름에 전정하면 된다.
생장조절을 위한 전정 시기 수목은 전정을 하지 않을 때 가장 빨리 자라지만, 이렇게 방치하면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생장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도시수목에 대해서는 튼튼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구조전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목이 튼튼하면서도 빨리 자라기를 원한다면, 초봄 생장분출기 직전에 가능하면 적은 량의 가지나 잎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실시하는 것이 좋다. 반면 생장을 억제하여 수목을 작게 유지시키고자 한다면, 잎이 완전히 전개되어 진녹색으로 변한 후에 전정하여 광합성 능력과 에너지 저장능력을 감축시켜주면 된다. 이러한 전정은 건강하고 활력이 좋은 어리거나 중년의 수목에 적용해야 하며, 수세가 약하거나 노쇠한 수목에 적용하면 고사를 앞당길 수 있다.
꽃이 피는 수목의 전정 시기 꽃을 감상하기 위해 식재한 수목은 꽃을 피우는 눈이 제거되지 않도록 꽃눈이 분화되기 전에 전정해야 하는데, 꽃눈의 분화 시기는 수종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전정에 앞서 이를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목련류, 배나무, 철쭉류, 벚나무류 등과 같이 이른 봄에 꽃이 피는 수목은 꽃눈이 전년도 여름에 형성되기 때문에 꽃이 지고난 후 바로 필요한 전정 작업을 수행해야 하며(그림 3), 배롱나무, 무궁화 등과 같이 여름에 꽃이 피는 수목은 당년에 발생한 신초에서 꽃눈이 형성되기 때문에 초봄에 전정해도 꽃을 감상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우리는 여름에 꽃이 피는 배롱나무나 모감주나무의 줄기를 두절(頭切, heading)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잠아에서 발생한 신초에서 전정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송이가 큰 꽃을 피우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과도한 전정은 수형을 크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수목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어 겨울에 지상부가 고사하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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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3] 꽃눈 분화가 끝난 늦가을에 깎기 전정을 하여 이듬해 봄 탐스런 꽃을 볼 수 없게 된 조팝나무. | 전정 주기 전정 작업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문제발생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예방적(豫防的, preventive)인 방법으로 실시해야 하지만,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그릇된 강전정으로 해결하는 반응적(反應的, responsive)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 전정 주기 또한 전정 시기와 마찬가지로 수종, 기후 조건, 생장 단계 등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하나의 전정 주기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지방에서는 추운 지방보다, 빨리 자라는 수종은 생장이 느린 수종보다, 어린 수목은 다자란 성목보다 각각 짧은 전정 주기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어린 수목을 키우는 농장에서는 생장을 조장하고 맹아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전정을 실시하고 있는데, 온대지방에서는 묘목의 생장 단계에 따라 첫해에는 연 1회, 2차와 3차 연도에는 연 2회, 이후에는 매년 1회 정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경관에 식재되어 있는 교목의 경우 수종과 생장 단계에 따라 전정 주기의 변이가 매우 큰데, 온대지방에서는 5년 이상 방치하면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5년 내외의 주기로 이들 수목에 대한 전정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것이 좋다. |